생명체를 이루는 물질은 탄수화물, 당백질, 지질, 핵산, 무기물등으로 이러한 분자물질은 탄소, 산소, 수소, 질소, 황, 인 등의 원자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원자들을 아무리 정확한 비율로 섞어놓아도 생물체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신은 흙으로 생맹체를 빚었지만, 오늘의 과학은 아무리 단백질, 지잘, 탄수화물, 무기물질을 섞어 빚는다 해도 생명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이 세상에는 비가역적인 일이 많다. 엎질러진 물과 한번 꺼낸 이야기가 그렇고, 떠나간 사람도, 한번 피고 진 꽃도 그러하고, 우리들 인생도 그러하다.
흙, 바위, 물, 그리고 식물, 동물, 미생물 등과 같은 무생물체와 생물체로 이루어지는 자연환경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100여개의 원자가 질서와 무질서로 이리저리 섞여서 무생물체는 이루어지고, 생물체는 그 가운데서 선택된 20개 미만의 원자인 탄소, 산소, 수소, 질소, 인, 황, 칼슘, 마그네슘, 철 등등으로 구성된다.
원자의 수준에서는 북한산의 바위와 나무와 다람쥐는 무생물과 생물의 구별없이 자연 하나로 통한다. 그러나 분자 수준에서는 생물체와 무생물체는 DNA로 구별되고, 무생물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으며 생물은 스스로가 움직인다. 분자는 2개이상의 원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지지만, 원자와는 다른 성질을 가져서, 타고난 재와 숯가루인 탄소는 산소2분자와 결합하면 이산화탄소의 기체이고 산소 1분자와 결합하면 겨울철 연탄가스의 주범이던 일산화탄소이다.
수소와 산소는 상온에서 기체이지만, 수소 두개와 산소 하나가 결합하면 물이 된다. 물은 산과 들을 흐르고 강과 바다를 이루고 모든 생명체는 70%가 물이다. 물은 생명체의 근원이고 움직임이다.
죽은 세포는 무생물체이며 유기물이고 살아 있는 세포는 생물체이지만, 방금 죽은 세포와 지금 살아있는 세포는 무엇이 다른가? 밭에 있던 상추와 방금 텃밭에서 뽑아 와 씻어낸 싱싱한 상추는 무엇이 다른가? 세포의 성분인가, 세포의 모양인가, 효소의 활성인가? 상추의 생명은 어디로 갔는가?
적어도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매우 적지만, 삶과 죽음의 다른점은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의 구성성분에 있지 않고, 생명에너지가 있고 없음에 있다. 결과적으로 살아 있는 세포는 스스로 움직이고, 죽은 세포는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임이란 이렇듯 에너지의 활동이고, 삶과 죽음의 기준이다. 계절 따라 생명은 나고 지지만, 그 출처와 희귀처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들 생각의 흔적으로 얘기할 뿐이다.(2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