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과 제약사·의약품 도매상 간의 약품 대금지급 지연 행태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방편으로 '약값 직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현재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처방약 약제비가 병원을 통해 제약사나 의약품도매상으로 지불될 때 병원들이 1~2년이나 약값 지급을 늦추는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약값 직불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즉, 보건당국은 이러한 병원들의 의약품대금 지연지급 횡포는 의료계 리베이트(뒷돈) 유형의 하나라고 판단, 앞으로는 건보공단이 병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제약사나 약도매상에 처방약값을 지급하는 '약값 직불제' 도입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태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약값을 늦게 지급하는 만큼 병원이 이자 혜택을 보고, 약값 자체가 제때 들어오지 않아 제약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며, "직불제는 이런 리베이트 형태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전문약은 입원환자의 경우 병원을 통해, 외래환자의 경우 약국을 통해 제약사에 지급된다. 복지부가 의료기관 몇 곳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부 병원은 건보공단에서 입원환자 약값을 받은 후 2년이 지나서야 약 도매상과 제약사측에 약값 대금을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에서 약값을 병원에 지급하는 기간은 병원이 청구한 때부터 보통 1~2개월, 길어야 3개월 정도이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건 의원(당시 민주당, 현재 무소속)은 지난 2010년 국정감사에서 일부 병원들이 약품대금 지급 지연행위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신 의원에 따르면 대형병원이 제약사 등에 대해 의약품 대금을 최소 4개월에서 많게는 2년 이상인 26개월까지 연기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행하고 있다.
특히, 신 의원은 "29개 국공립의료원 및 대학병원의 대금지급 등을 조사한 결과, 의약품 납품 때부터 제약사측에 약값을 지급하기까지 국공립병원은 평균 7개월, 사립병원은 평균 11개월 정도가 걸렸다. 전체 평균은 9개월이었으며 최대 2년 2개월 후에 약값을 지불한 경우도 있어 이를 통한 병원 측의 부당이득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당시 조사에서 이들 병원들의 입원 약제비 규모는 1조7000억원 가량이었는데, 제약사에 대금 지급을 늦추면서 얻은 이익을 이자 수익(예금은행 평균금리)으로 환산하면 약 350억원으로 추산됐다. 제약사들은 소송을 통해 약값을 받아낼 수는 있지만 의사들이 자사 약품을 처방해야만 수익이 나는 입장이어서 눈치만 보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약값직불제 도입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추가 실태조사 등을 진행하고 검토를 거친 뒤 시기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제약사·의약품 도매상과 건보공단이 병원을 통해서 계약하는 구조"라며, "그 가운데에 존재하는 병원을 빼고 건보공단이 제약사 등에 직접 약제비를 지불하는 직불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같은 사안에 대해 병원 측은 늦게 지급되는 돈을 가지고 소위 돈놀이는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합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며, "병원이 약제비를 늦게 지급하는 것은 결국 의약품 원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12-03-28, 16:1
- Copyrights ⓒ 인터넷중소병원 & ihospital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