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형평성과 진료비 낭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제력 등을 고려할 때 '건강보험 보장률 80%' 목표가 타당하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앞서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100% 보장을 국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주최로 지난 16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정부 복지정책 추진방향' 토론회에서 이기효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은 "국제적 추세와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고려할 때 박 당선인의 '보장률 80%' 목표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으로 국민의료비 중 공공지출의 비중은 5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2.2%를 훨씬 밑돈다.
박 당선인의 의료 보장성 확대 공약은 전체적으로 국민의 여망을 적극 반영한 정책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4대 중증질환 완전 보장'에 대해선 진료비 부담에 짓눌린 다른 환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연간 500만원 이상 고액 진료비환자 중 4대 중증질환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가 45%나 된다"고 밝혔다. '100% 보장' 정책이 의료 낭비를 부추길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 2006년 6세 미만 소아환자 입원비 본인부담을 면제한 직후 입원비가 연 39.8% 급증한 실례를 제시했다. 이 원장은 "당선인이 제시한 80% 건보 보장률 달성이라는 전반적 구상 아래 4대 중증질환 보장 정책을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즉, 건보 보장률 80%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추가 재원 규모는 시행 첫 해에만 9조원이며, 간병비를 포함할 경우 12조4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재원 조달을 위한 방안으로 현재 직장과 지역가입자에 따라 서로 다른 부과체계를 개편해 건강보험료 수입 확충방안이 제시됐다.
이 원장은 "담배에 매기는 부담금도 대폭 올려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도 "4대 중증질환을 제외한 다른 환자들이 자칫 '재난적 의료비'에 직면할 수 있다"며 형평성 문제에 공감을 나타냈다.
한편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이날 토론회 기조강연에서 새 정부의 복지정책을 수행하는 데 내년부터 4년간 105조원 이상의 재원이 추가 필요하다는 재정 전망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중산층 비중이 지난 1990년 75.4%에서 지난 2011년 67.7%로 감소한 사실을 지적하며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중산층 70% 사회'를 복원하려면 복지와 경제가 선순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새 정부의 보건복지분야 공약을 이행하려면 내년부터 2017년까지 추가 재원 105조5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재정 조달 방안으로 최근 논란이 된 '기초연금'에는 내년에 9조73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점차 그 액수가 불어나 2017년까지 총 44조5130억원의 재원을 새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 당선인은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연금을 기초연금으로 통합하고, 수급자에게 월 20만원씩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최 원장은 막대한 재원 조달을 놓고 △비과세 및 감면항목 정비(연 4조8000억원) △지하경제 양성화(연 8조5000억원) △종교인 과세와 조세형평성 제고(연 3000억원) 등 기존 조세제도 안에서 연간 14조2000억원을 충당하고, 부가가치세 세율과 담배·주류부담금 인상으로 사회보장세를 신설해 12조2000억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보건경제정책학회, 보건행정학회, 사회보장학회, 사회복지학회 소속 전문가들이 참석해 건강보험, 기초노령연금, 저출산고령화 대응 등 새 정부의 보건복지 정책 방향과 과제를 토론했다.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13-01-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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