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증진과 복지재원 확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담뱃값' 인상론 논의가 한창이다.
담뱃값은 지난 2005년에 한 차례 오른 뒤 지금까지 인상된 적이 없는데다 보건복지부가 흡연율 감소를 위해 인상을 오래전부터 검토해 올해 새정부 출범과 함께 가시화될 전망이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03년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채택 이후 회원국들에 담뱃값 인상을 통한 금연정책을 강력 권고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2년간 총회 의장국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도 갖고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대한금연학회는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국민건강 수준 향상과 건강 형평성 확보를 위해 대폭적인 담뱃세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담뱃값을 현재 2500원의 2배인 50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담뱃세 인상으로 확대된 세수를 사회적 취약계층의 복지사업에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인 금연사업이자 담뱃세의 역진성을 줄여주는 공평한 사업이라는 게 협의회의 주장이다.
담뱃값을 100% 인상해 5000원이 될 경우,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최대 1조4760억원까지 추가로 확보된다. 박근혜 당선인이 약속한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연간 비용 1조5000억원과 맞아 떨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120개 국가의 담배가격, 담배소비량, 소득, 금연정책 관련 자료를 이용해 담배가격을 분석한 결과, 평균 2500원 수준인 우리나라의 적정 담배가격은 2011년 현재 4500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전세계 22개국 10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 금연정책 평가 프로젝트인 ITC 한국보고서도 가격은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게 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이나 한국은 2004년 12월 500원을 인상한 이래로 7년간 담뱃세를 인상하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로 계속 하강하던 흡연율이 2007년 이후 남녀 모두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집행하는 담배사업법과 보건복지부가 집행하는 국민건강증진법으로 이원화돼 있는 담배규제 법령도 보건복지부로 일원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금연운동협의회와 금연학회는 인수위 건의에서 담배사업 관리·감독을 기획재정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해야 하고, 향후 담배규제의 강화와 담뱃세 활용의 효과성 증진을 위해 금연정책 담당 조직의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흡연률 OECD국가중 최고…담뱃세 인상이 흡연율 감소 가장 효과적
담뱃값 인상론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흡연률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흡연율은 40%대로 답보상태에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지난 2011년 현재 한국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47.3%에 달해 미국 26.7%, 일본 32.2%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하지만 담뱃값은 가장 비싼 나라에 비해 6분의 1 수준이다.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이 감소하는 데에는 담뱃세 인상이 큰 역할을 했다. 2004년말 담뱃세 500원 인상으로 성인남자 흡연율은 60%에서 51%로 급감했으나 현재 감소율은 답보상태다.
정부는 제3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20)에 의해 2020년까지의 성인남자 흡연율 감소목표를 29%로 잡고 있으나 담뱃값 인상을 하지 않고는 목표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사연은 올해부터 가격정책만 강화해 담배가격 인상이 1000원 인상된다면 2020년 성인남성 흡연율을 38.9%로 예상했다. 2000원 인상되면 37.4%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3년부터 강력한 비가격 정책(담뱃갑포장 라벨규제, 금연구역, 금연치료, 청소년 접근제한 등)과 함께 지속적으로 가격이 인상돼 7000원까지 될 경우, 제3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이 끝나는 2020년 성인남성 흡연율 목표인 20%대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지난 2010년 국립암센터의 조사 결과에서도 담뱃값을 5000원 인상하면 흡연자의 36.1%가 금연을 고려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 '담뱃값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2500원 인상 시 건강증진기금 1조4700억원 추가 수익=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 외에 건강보험 재정 확보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된다. 담뱃값을 인상할 경우 인상분을 건보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개비 담배 한 갑(2500원 기준)의 원가는 950.5원에 불과하다. 폐기물 부담금 7원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담배소비세(641원), 지방교육세(320.5원), 건강증진기금(354원), 부가가치세(227.27원, 판매가의 11분의 1) 등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한해 쌓이는 건강증진기금은 1조6000억원 정도이다. 이중 2010년 건강보험 재정으로 1조600억원 정도가 투입됐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흡연으로 인해 1조5633억원의 의료비가 지출됐다. 흡연으로 인한 재정 손실에 비해 담배 지원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담뱃값을 8%(200원) 인상하면 5530억~5697억원이 건보재정으로 확보된다. 비로소 흡연으로 인한 재정 손실과 담배 분담금이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간다.
100% 인상해 5000원이 될 경우, 연간 45억갑에서 29억갑으로 판매량이 줄고 수입은 3조2500억원 늘어난다. 건강증진기금은 8000억~1조4760억원까지 추가로 확보된다. 박 당선인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비용 연간 1조5000억원과 비슷한 규모의 추가 확보가 가능해진다.
담뱃값 인상의 걸림돌은 '물가상승'이다. 실제 지난해 복지부가 담뱃값 인상을 시도했지만 재정당국과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실패한 바 있다.
기재부는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의 6%를 지원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2011년 담배판매량 수준인 44억3000만갑을 유지하되, 2014년과 2016년에 담뱃값이 500원 인상된다는 전제로 연평균 17.7% 오른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의 걸림돌로는 '물가상승'과 '역진성' 논란이 남아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담뱃값을 현행보다 2배 인상하면 물가상승률이 0.8%포인트 높아질 정도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한 흡연자는 서민, 저소득층일수록 많고 담뱃값 인상에 따른 부담도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영향이 커 역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연학회는 "담뱃세는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똑같고 저소득층이 흡연을 더 많이 하므로 역진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하지만 담뱃값 인상으로 저소득층 흡연이 줄기 때문에 역진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13-02-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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