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투자진흥회의 '기업규제 완화대책' 발표
앞으로 전국 어디에나 의료관광객용 숙박호텔인 '메디텔'이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이 정책은 공익성이 큰 의료 분야에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의미여서 '의료 민영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새 정부 첫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투자활성화 대책과 수출 중소·중견기업 지원확대 방안을 보고했다.
17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4.1 부동산대책에 이은 '경기활성화 3탄' 격인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최소 12조원의 투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 부총리는 "불합리한 규제가 기업 투자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각광 받는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메디텔을 호텔업의 유형 중 하나로 인정할 계획이다. 관광호텔업, 수상관광호텔업, 한국전통호텔업, 가족호텔업, 호스텔업 등 현재 5개인 호텔업종에 환자 및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의료 관광객용 숙박시설(메디텔)을 추가하겠다는 의미이다.
최근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전용 숙박시설 건립을 추진하려 해도 숙박시설에 대한 별도의 분류가 없어 '관광호텔'로 설립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는 관광호텔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인근 주민의 반발을 우려해 승인을 꺼려왔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내달까지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현재 법적으로 '메디텔' 용어를 쓸 수는 없지만 의료시설과 숙박시설을 동시에 갖춘 의료관광 숙박시설 모델은 이미 나와 있다. 제주한라병원이 의료와 숙박시설을 함께 갖춘 '메디컬 리조트 WE호텔'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곳의 의료시설에서는 수(水)치료, 성형 미용, 건강검진, 산전·산후조리가 가능하다. WE호텔은 의료법인이 부대사업으로 숙박업을 하도록 2009년 개정된 의료법의 첫 번째 사례이다.
지난달 11일 제주에서 열린 '글로벌 헬스케어·의료관광 콘퍼런스'에서 소개가 됐다. 국토해양부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도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연구개발센터와 휴양시설, 숙박시설을 한데 모은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디텔의 효과를 속단하긴 어렵다고 본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호텔과 의료관광을 결합하면 시너지가 있다지만 엄청난 효과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입주할 의사나 외국인 환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현행 의료법상 대형병원은 해외환자 병상이 전체 병상의 5%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병원이 해외환자 진료에만 몰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이다. 메디텔이 허용되고 호텔 안에 진료시설이 들어서면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될 전망이다.
메디텔에 외국인만 숙박한다는 것도 보장하기 어렵다. 정책 취지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하자는 것이지만 일단 시설이 들어서면 내국인 숙박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에 설립토록 하고 있는 국제병원 관련 조항이 비슷한 예가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외국인만 치료받는 것으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병원의 수익성 등을 감안해 내국인 진료도 허용했다.
지방 병원 관계자는 "메디텔이 허용되면 결국 내국인 투숙도 허용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지역 대형병원으로 지방의 환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강동경희대병원이 메디텔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병원 앞 주상복합건물을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들은 주택가에 관광호텔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