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병원에 가질 않고도 인터넷, 화상통신 등을 이용해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는 '원격진료' 도입 논의가 다시 고개를 내밀어 쟁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서비스업 발전방안'을 이르면 이 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환자가 원격으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원격진료를 전국 단위로 시행한다는 목표로 의료법 및 관련법 개정과 각종 규제 철폐, 시범시행 절차 진행을 준비하고 있다.
원격진료는 환자가 자신의 거주지에서 자가 의료 측정기기로 잰 정보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의사에 전달해주고 의사는 이를 토대로 원거리에서 환자를 보는 방식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의사와 의사간 원격진료만 가능할 뿐이며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불가능하다. 지난해 말에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관련 부처 이견과 이익단체의 반발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도서 지역 등을 중심으로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를 시범 시행하고 결과에 따라 의료법과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자유구역 내에 원격진료나 IT 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서비스를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경제자유구역을 건강관리서비스, 원격진료, IT·의료·관광이 결합한 헬스케어 시장 창출을 위한 시험무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경제부처들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원격진료를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 실현 과제로 꼽고 있다. 전체 인구의 20%만 원격진료를 이용해도 관련 시장규모가 2조3653억원으로 성장하고 3만37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뒤따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원격진료의 안전성·정확성 등을 이유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은 무리라며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부터 현재 원격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할 정도의 기술 수준이 안 된다며 반대하고 원격진료 기기 업체들도 만성질환 관리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입장"이라며, "원격으로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진단하고 수술 여부를 판단하는 등 진정한 원격진료기술 수준이 되려면 2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지 몇몇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정도라면 경제부처가 기대하는 수 조원의 경제효과나 고용효과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작 원격진료의 당사자인 의료계의 반발이 최대 걸림돌이다. 의사협회 등은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과 정보통신회사 간 분쟁과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우려하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사실상 원격진료를 할 고가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곳은 대형병원 밖에 없고 원격진료가 활성화될수록 동네병원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원격진료 논의는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도 논의됐다가 무산돼 10년 이상을 끌어왔다. 2010년에도 정부가 의료시설이 취약한 도서지역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의료계 반발로 국회 상임위에도 상정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진영 복지부장관도 최근 "의료계를 설득하기 전에는 의료법 개정은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우선 7월부터 간호사만 근무하는 도서산간 지역의 보건진료소(간호사)와 광역시도의 보건소 의사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시범사업에 착수한 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가 혈압이나 혈당을 스스로 체크하면 의사가 수치를 보고 환자상태를 판단하는 정도로 조만간 의사협회에 시범사업을 제안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원격진료는 반드시 가야 되는 길이기 때문에 자문회의에서 좋은 방법, 실행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주면 실천하도록 하겠다"며, 원격진료 허용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원격진료와 관련해 경제부처와 산업계는 법개정을 원하고 있지만, 동네의원 타격과 의료보장성 약화 등을 우려하는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가 강하다.
원격진료를 창조경제 실현의 한 사례로 보는 박 대통령은 "도서라든지 벽지에 혜택이 못가는 곳부터 시범으로 해서 그 지역도 의료혜택이 가고 시행착오도 거쳐 성공케이스를 만들면 공감대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줄 알면서도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13-06-0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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