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정부, 여론설득 못하고 '속수무책'
공공부문인 병원법인이 규제완화, 투자·개방, 수익극대화를 앞세운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가 속도를 내면서 공공성이 훼손될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파업이 벌어진 철도와 의료 분야가 표면화되기 시작했고, 교육·가스 등도 시험대에 들어섰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속도가 붙던 공기업 민영화는 박근혜 정부에서 '영리 자(子)회사'를 만들어 우회하는 새로운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철도에 이어 의료분야 민영화도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정부가 지난 13일 마련한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의료법인이 영리회사를 자(子)법인으로 둬 관광호텔·여행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즉, 병원은 수익을 의료업에 투자해야 하는 비영리법인으로 두더라도 자법인의 수익은 법인 구성원에게 배분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김종명 의료팀장은 "자법인을 통한 영리병원화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환자를 수익을 뽑아갈 대상으로 다루지 않도록 의료 공공성을 지켜온 장벽을 자법인이라는 '우회로'로 해체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민영화에 대한 국민 저항을 알기 때문에 공기업 자회사 형식을 빌려 국회를 우회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며, "그럼에도 국민들이 민영화의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쉽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마련한 이번 4차 투자활성화대책의 핵심은 의료법인에게 상법상 회사인 영리 자법인 설립을 허용한 점"이라며, "지금의 의료법인의 수익이 자법인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유출이 가능해져, 결국 모(母)의료법인을 사실상 영리병원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자신의 공약인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약속은 헌신짝 버리듯 팽개치더니 의료민영화 정책에는 온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 정부는 고통받는 환자를 자본의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료부문은 이전 정권부터 정부가 민영화 기조를 추진해 왔다는 통념이 퍼져 있는데도 무조건 민영화가 아니니 믿어달라고 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현 정부가 대화를 통해 해결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회원 2만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명)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 병원 수익사업 허용 등 현 정부 의료정책들에 반대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정부 방안은 사실상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안"이라며 진료 거부 등 집단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13일 투자활성화 대책을 설명하면서 "영리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의료의 공공성은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발표도 병원 부대사업 확대, 약국 법인화 허용 등에 초점을 뒀고 영리병원 확대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13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문제는 고정관념인데 이념으로 치우쳐서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의료산업이 발전하면 공공성이 없게 되는 것처럼 연결이 딱 돼버린다"고 우려했다.
정부 한 당국자는 "영리병원은 사회적 공감대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사실상 영리병원 전면 도입이 보류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익단체들의 저항은 더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