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로 20여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전국 요양병원들도 화재 등 각종 안전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증가하면서 전국에 요양병원이 난립하고 있지만 정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30일 보건복지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국 요양병원은 2008년 690개에서 올해 4월말 기준 1284개로 5년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병상 수도 같은 기간 7만6556개에서 20만1605개로 2.6배 늘었다.
문제는 정부와 각 지자체가 이들 요양병원의 양적 성장에만 유도한 반면, 그간 질적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점이다. 요양병원은 치매 환자 등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을 돌보며 치료하는 기관으로, 의사나 간호사들이 24시간 입원 환자를 관리, 응급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요양병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경영난을 이유로 응급상황에 대비한 시설을 '사치품'처럼 인식하면서 각종 안전사고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의료인력으로 치료는 물론 각종 재난사고 발생 시 대피나 응급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도시권에 위치한 요양병원이 일반 상업용 빌딩을 리모델링한 뒤 입주·운영되면서 4∼5층 이상의 고층 건물로 화재 발생 시 환자 대피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구나 대부분의 요양병원이 요양시설처럼 모호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요양병원은 건강보험을 적용 받아 노인성 질환자를 장기 치료하는 기관이며, 요양시설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적용 받아 노인들에게 일상생활에 필요한 수발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요양병원은 의료인만이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고, 요양시설은 일반인도 개설이 가능한 곳이다. 제공되는 서비스도 '치료'와 '돌봄'으로 서로 다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하면 지난해 요양병원 입원자의 39.5%가 당장 치료가 필요한 급성기 환자가 아닌 장기요양 상태의 환자로 파악됐다. 또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장기요양 환자의 47.5%가 처음부터 치료가 아닌 요양 목적으로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요양병원 운영구조에 기인한다. 요양병원은 일반병원이 '환자 20명당 의사 1명'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과 달리 '환자 30명당 의사 1명'을 두면 된다. 또 요양병원 입원환자 1명에 대해 건보공단이 병원에 지급하는 진료수가는 월 최대 150만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들이 치료가 필요 없는 요양시설 입소 대상자들까지 무분별하게 입원시키며, 일부 요양병원들은 입원환자 유치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또한 방재 설비 설치가 의무화된 요양시설과 달리, 요양병원은 규모에 따라 방재 설비 설치가 필요 없어 안전사고에도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전문가는 "대도시에 있는 요양병원들은 일반 상업용 빌딩에 입주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로 인해 화재 등 각종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며, "특히, 관련 법·제도상 정기적인 지도·점검이 명문화돼 있지 않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이어 "정부는 추후 또 다른 참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국 요양병원의 안전실태 점검에 나서는 한편, 인력 조건과 안전시설 등 요양병원 개설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 4월말 현재 요양병원 병상 수는 노인인구 1000명 당 15.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인구가 많은 10개국 평균(7.4개)의 2배에 이른다. 65세 이상 노인의 의료비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요양급여비용은 17조528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9.3%(1조4901억원) 늘었고, 전체 급여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4.5%에 달했다.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14-05-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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