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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학 속 문학의 재주(在住)
“문학은 의학이 인간적으로 온전토록 자극한다”

‘의학과 문학의 접경’ 연구, 상호 유의한 역할

“문학이 의학 속으로 들어와 잡거(雜居, 잠시 머물다 감)하거나 혼거(混居, 한데 뒤섞여 삶)하면서 서로 공존한다. 공존은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함께 존재하되 서로의 특성을 뚜렷이 지닌 채 사귀어 서로 오가는 통섭(統攝)이다. 이 상황을 재주(在住)라 칭하고자 한다. 섞여 녹아 원래의 하나가 되는 통섭이 아니다. 의학과 문학, 둘의 통섭은 불가능하고, 그 효용성도 의문이 크다고 생각한다.”

의학과 문학은 제3의 매개 인자에 의해 ‘보로메오’ 고리처럼 재주(在住)한다는 주장이다. 유 형준 교수(한림의대명예교수, CM병원 내과,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장)가 ‘의학과 문학의 접경’ 연구에 천착하는 까닭이다.

사람에게 질병이란, 넓은 의미에서 극심한 고통을 비롯하여 신체기관의 기능장애, 그리고 늙음과 죽음까지 어우른다.

유 교수는 “이러한 모든 신체와 정신의 문제와 변화 체험은 고스란히 문학의 소재와 주제다. 이 체험들을 문자 언어인 글로 표현하는 문학은 의학이 인간적으로 온전하도록 자극, 촉진하는 영향을 끼친다.”는 관점이다.

이처럼 인문학적 토양에 기초한 의학은 문학이 들어와 살기 좋은, 즉 질병학 속 문학의 재주(在住)에 어색하지 않은 거주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의학과 문학은 함께 갈 수 있을까? 2004년 의사 시인 마 종기 外 공저로 나온 <의학과 문학>이 단초가 된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진행되었던 '문학과 의학' 수업의 결과물인 이 책은 그러나 의학과 문학의 접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해 일관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의학과 문학이 연결되어야 할 당위성 역시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의학과 문학’에 대한 새로운 담론의 문을 불완전하게나마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지 않다.

유 교수가 ‘의학과 문학의 접경’ 연구에 매진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의학과 문학, 둘의 통섭이 불가능하다면 제3의 고리로 엮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만 의학과 문학이 차차 그 접경 면을 확장하고, 접경의 밀착도가 끈끈해질수록 재주(在住)와 공존의 기회도 빈번해지고, 강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결국은 ‘의학과 문학의 접경’ 연구를 통해 문학은 의학 속에서 작가의 세계관과 접촉하는 강렬하고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환자를 포함한 인간 이해를 증진시켜 소통 기술, 윤리 의식 등을 높여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병학의 인문학적 토양 속에서 문학은 재주하며, 유의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것이 유 교수의 논거다.

의학과 문학의 접경에서든 아니면 이를 ‘醫文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 든, 의학이 문학을 통해(문학이 의학을 통해) 저 깊숙한 인간의 고통과 생명의 의미를 헤아린 뒤 생명 윤리에 어긋남 없이 그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할 나위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유 교수는 의학과 문학의 접경에서 밀월(蜜月)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학과문학접경연구소'는 8월 24일 오후 2시 서울시 50+ 중부캠퍼스에서 '의학과 문학 접경 : 문학 속 질병, 질병 속 문학'을 주제로 두 번째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하운 시문학 속 질병(이승하 중앙대 문창과 교수·한국문예창작학회장), ▲소설문학 속 질병 : 페스트를 중심으로(박재현 성균관대 사회의학과 교수), ▲질병 속 문학의 재주(在住)(유형준 CM병원 내분비내과·한림대 명예교수)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었다.

특히 문미란 시인(복사꽃시울림 회장)이 변수진씨의 기타 반주로 '생명은 때로 아플 때가 있다'(이승하)를 낭송하여 詩 테라피(therapy)의 가시적 이해를 위한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유 교수는 “詩 낭송은 詩에 대한 낭송자의 진지한 재해석의 음성적 표현 예술이며, 철저한 피드백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시 낭송은 온전한 테라피 효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19-08-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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