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건보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12월 도입 예정인 부당청구 관리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즉, 건보공단 측은 향후 건보재정을 축내는 일부 병의원 및 약국의 '가짜환자 만들기' 행태를 뿌리뽑기 위해 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의료계와 심평원 측은 "건보공단의 FDS가 심평원의 고유업무인 심사평가 업무와 중복돼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열린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에서도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건보공단이 올 12월 가동을 목표로 준비중인 FDS가 심평원의 고유업무인 심사평가 업무와 중복된다는 논란이 있다"며 "특히 일부 단체에서 공단이 심평원을 통합하려고 한다는 의혹이 나온다"고 지적한 바 있다.
6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오는 12월 1일부터 공단은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이용한 FDS를 도입할 계획이다. '데이터마이닝'은 낱알처럼 떨어져 있는 수많은 자료들 간의 연결고리를 통해 '의미'를 파악하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경남 남해에 사는 70대 노인이 서울 강동구의 특정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비싼 치료를 받을 경우 의심 대상에 해당한다. 자녀의 근무지나 주소지를 변수로 넣어보면 이 병원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같은 지역의 병의원보다 특정 병원의 환자 수가 지나치게 많다든가 입원일수가 유독 긴 병원도 관심 대상이다. 공단으로부터 입원비나 진료비를 더 타기 위해 환자가 3일 입원했는데 6일 입원했다며 병원 측이 허위로 청구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허위.부당청구를 감시하는 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매년 2000억원을 들여 병의원과 약국에 직접 나가 실사했다. 이를 통해 환수한 허위.부당청구액은 매년 120억∼160억원 선이었다. 전국 병의원과 약국 8만 곳을 다 커버할 수도 없었다.
공단은 매년 300만 통의 진료명세통보서를 환자들에게 발송했다. 의심스럽다고 생각한 병의원 명단을 뽑아서 보낸 것이다. 그러나 "6개월 전 다녔던 병원에서 무슨 치료를 며칠간 받았나요?"라고 물었을 때,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환자들은 거의 없었다. 꼼꼼한 환자들의 제보 덕택에 확인한 것은 10만 건. 11억원을 환수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들인 우편비와 전화비에 비해서는 미미한 회수율이었다.
하지만 공단이 서류심사로 잡아낸 부당청구액은 지난해 총 279억9100만원이었다. 2007년엔 137억원, 2008년엔 177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매년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환수하는 금액은 400억원 수준이지만 FDS를 12월부터 본격 가동할 경우 환수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단 관계자는 "과거에는 의심되는 병의원에 대해 무작위로 환자들에게 확인하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여러가지 변수들을 입력해 개연성 높은 병원과 약국 등을 골라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상당수 의사들은 '월권행위' '의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한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는 건보공단이 FDS라는 데이터마이닝 기법으로 부당청구를 색출하겠다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서를 지난 5일 발표했다.
대개협은 우선 공공기관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공단의 인력감축에 대응하기 위한 물타기 전략으로 의심된다며, 청구자료를 이용한 FDS 기법은 보험자가 불공정한 심사를 통해 재정절감을 하겠다는 속내가 담겨있어 심평원의 위상을 절하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의사협회는 "건보공단에서 FDS를 도입하는 것은 요양기관 진료비 청구심사를 심평원과 공단 두 곳이 이중 심사를 하는 것"이라며 "공단이 건강보험법에 명시된 권한을 초월하는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심평원도 건보공단이 구축 중인 FDS가 요양기관에 이중부담을 지우게 할 우려가 있다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평원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통해 "FDS 시스템은 건보재정 건전화를 위한 정책대안으로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심평원의 부당청구감지시스템 등과 중복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FDS는 요양기관에 이중부담을 지우게 할 우려가 있어 정책적으로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10-07-0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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