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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참조가격제' 카드 왜 나왔나
'02년 시행 유보…'적정기준가격제'로 명칭만 바꿔
환자 부담 늘어나 시행여부 불투명(?)
제약사 대상 '약품비 총액관리제'도 제안

정부가 지난 2002년 시행 여부를 검토하다가 시민단체와 의사협회,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유보됐던 의약품 '참조가격제'가 '적정기준가격제(가칭)'란 이름으로 용어만 바꾼 채 약 10년 만에 재논의의 장으로 나왔다.

이는 지난해 총 진료비(43.7조) 중 약품비(12.8조)가 29.3%를 차지할 정도로 약품비 증가율이 과도하게 높은 점을 고려, 향후 일정 부분의 약품비 부담을 소비자(환자)에게 전환해 비용효과적인 약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저소득층 환자의 경우 저렴한 복제약 만을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사회적 비난과 함께 적정가격(기준약가)보다 비싼 약의 제조업체는 대부분 다국적제약사가 해당돼 통상마찰 등 대외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즉, 그 만큼 실현 가능성이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건의료미래위원회(이하 미래위)가 6일 중장기 추진과제로 꺼내든 '참조가격제'는 '동일성분 또는 동일효능 의약품에 대해 건강보험급여액(적정가격)을 정하고, 그 가격보다 비싼 약 사용 시에는 초과액을 환자가 부담토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02년 건보재정의 파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행이 용이하고 재정 효과가 큰 고혈압, 고지혈증 등 11개 약효군을 대상으로 참조가격제를 우선 실시키로 하고, 적정가격은 해당 약효군의 1일 평균 약값의 2배로 설정했었다. 이에 따라 공청회를 실시했으나 의협과 KRPIA, 시민단체가 강력 반대했고, 약사회는 대체조제 활성화를 전제로 조건부 찬성 입장을 표명했었다.

즉, 이 제도는 약제비 절감 또는 증가를 억제시키기 위해 구상됐지만 저소득층을 차별한다는 주장이 강하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참조가격제는 1989년 독일에서 처음 도입해 시행 중이며, 네덜란드와 덴마크·벨기에·이태리·프랑스·호주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노르웨이는 보험약제비가 10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해 지난 2001년 1월부터 시행을 중단했다.

미래위는 이날 '약제비 지출 합리화 및 제약산업 발전방안'을 심의하면서 중장기 추진과제로 꺼낸 참조가격제가 약품 상환액 인하로 보험자 부담이 줄고, 고가약이 적정가격(보험급여액) 수준으로 시장 내에서 자발적인 약가 인하가 기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환자의 비용의식 제고로 비용효과적인 의약품 사용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미래위는 이 제도 도입을 위해선 △인프라 구축(약에 대한 소비자 정보 제공, 대체약제 확보, 대체조제 활성화 등 인프라 구축) △적정가격 기준 마련(동일 적정그룹 내의 최대 상환가격, 본인부담금 및 건보재정 절감효과에의 영향: 적정그룹 내 최저가, 가중평균가, 제네릭 최고가 등 기준 마련) △환자 부담(참조가격 이상의 약품 사용 시 환자의 약품비 부담증가 및 보장성 약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미래위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참조가격제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용역 결과 분석 및 간담회 등을 통해 사업 도입 여부는 2013년에 검토한다는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즉, 현 정부에서는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 대신, 차기 정부에서 채택 여부를 판가름하는 어정쩡한 숙제를 남기게 된 셈이다.

한편 미래위는 이날 중장기 추진과제로 '약품비 총액관리제' 카드도 꺼냈다. 약품비 총액을 설정하고 초과분에 대해 요양기관이나 제약사 일부 환급 등으로 약품비 지출 총액을 관리하는 제도인 '약품비 총액관리제'는 '진료비 총액계약제' 시행을 염두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외국의 경우, 독일은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프랑스·벨기에·이태리는 제약사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 품목을 조정하는 사용량-약가 연동협상은 시행 중이나 전체 약품비를 직접 관리대상으로 하는 제도는 없다. 동네의원이 자율적으로 처방을 줄여 약제비가 절감되면 그 일정부분을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 사업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에 있다. 또한 지난해 병·의원 수가결정 시 약품비 4000억원을 절감하는 조건으로 금년도 수가에 반영키로 합의했으나 절감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이에 대한 디스인센티브는 부여하지 않았다.

미래위는 총액관리제를 시행하면 요양기관의 자발적 약품비 절감 노력이 예상되고 DRG(포괄수가제) 등과의 시너지 효과 기대되지만, 개인 책임이 아닌 집단책임이라는 문제와 현행 수가체계와의 상충 가능성, 과소투약의 문제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약품비 총액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Payback(투자수익) 받는 만큼 건보재정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으나, 약품비 비중 높은 현 시점에서는 관리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제약사에 Payback을 강제하는 재정확보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제도 도입을 위해선 △기존 정책 실효성 강화 및 가격 정책과 병행(특히, 요양기관 등 대상으로 하는 경우 DRG와의 관계 검토) △요양기관 대상보다 제약사 대상으로 검토(요양기관 대상으로 할 경우, 적정 약품비 수준 확정이 곤란하며, 굳이 약품비만 별도로 총액관리할 필요가 적음) △약가제도 개선 등을 통해 전체 건보 재정 중 약품비 비중이 적정 수준에 달하는 시점으로 적용시기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비교적 분류 기준이 명확한 효능군(고혈압, 고지혈증, 편두통 등)을 중심으로 연도별 약품비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11-07-06,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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