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재정확보 가능…6월까지 합리적 방안 도출
심평원, 본인부담 차등제·사후심사제 도입 제안
4대 중증질환 급여기준 확대와 관련해 의료계는 근본적으로 찬성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MRI·CT 등 고가 검사 및 치료재료 보장성 강화 필요성에는 한 목소리로 동의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확보 및 지출관리에 대한 우려감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보건당국은 재정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윤구) 의료보장확대실무단(단장 김정석 기획이사) 주최로 지난 14일 오후 심평원 지하강당에서 열린 'MRI, CT 등 검사, 고가 치료재료의 건강보험 급여기준 확대 범위' 정책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토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MRI 등 고가 검사 및 치료재료 보장성 확대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관련 전문학회에서는 보장성 확대 이후 건보재정 한계로 인한 건보 청구의 삭감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보건복지부 대표로 나선 손영래 행복의료총괄팀장은 기존 보장성 강화 정책 방향성과 달리 4대 중증질환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며, 건보재정은 그에 맞춰 확보하는 역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재정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즉, 대통령 공약사항인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는 건보재정 한도를 넘으면 국고까지 지원이 가능하며, 의학적 비급여 지출액이 2010년 기준으로 8000억원 정도로 건보재정으로도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 팀장은 "이전까지의 정부는 건보재정 여력 속에서 충분한 보장성을 확보했다"며, "현재는 4대 중증질환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상태를 예견하고 그에 필요한 재정을 역으로 추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존에는 재정을 걱정하면서 정책을 추진했지만 지금은 내부적으로 재정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2010년 기준으로 의학적 비급여는 8000억원 대로 분석되고 있고, 전체 건보급여 지출이 40조원인 점을 감안할 때 8000억원의 비급여를 해소한다고 재정 파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팀장은 이어 "원칙은 비급여 중 필요한 부분은 급여화하고, 불필요한 비급여는 자제시키는 것"이라며, "4대 중증질환을 충분히 보장하면서 불필요한 비급여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정부의 딜레마"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전문학회에 급여기준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지만 의료현장과 차이가 있을 때가 있다"며, "이 같은 모순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오는 6월까지 방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양달모 대한영상의학회 교수는 "CT는 거의 모든 질환에 적용되고 있어 중증질환에 급여를 확대해도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MRI는 심장질환이나 희귀질환에 대해 급여가 도입될 것으로 필요 불가결한 결정"이라고 보장성 강화에 대해 찬성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양 교수는 "우려하는 것은 올해 10월부터 초음파 진단이 급여화된다"며, "복지부는 건보재정이 확보돼 있는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문형 대한심장학회 정책이사는 "의학적 필요성이 있고 교과서적으로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건보급여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결국 비용과 재정의 문제로 건강보험만으로 커버가 가능한지, 국가지원이 필요한지 우리의 현재 재정적 역량부터 검토한 뒤 건강보험을 확대해야 재정이 안정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오창완 분당서울대 신경외과 교수는 "재정 확보 논의 없는 보장성 강화는 탁상공론"이라며, "급성기 치료에 재정을 투입해 후유증을 줄이는 것이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보장성 확대 문제는 대상과 보장기간"이라며, "급성기 뇌졸중 전체에 대해 건보급여가 돼야 하고, 보장기간도 현행 1개월은 너무 짧아 만성기로 접어드는 기간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진 서울대 교수는 "현 정부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일부 비급여를 효과적으로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및 지불제도 변화 없이는 보장률이 정체될 것"이라며, "지출합리화와 투명하고 명확한 지출계획이 전제되지 않으면 급여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균 병원협회 연구실장은 "보장성 확대와 함께 입원료 등 원가 이하의 의료항목에 대한 원가보전이 병행돼야 한다"며, "암환자 재등록기준 완화 및 미등록 암환자에 대한 본인일부부담 감소, 희귀난치성질환 산정특례 대상 검토를 통해 대상 질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규덕 심평원 평가위원은 "비급여를 선호하는 풍토 속에서 치료재료 급여화를 위해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 심평원 연구소장은 "고가 검사 및 치료재료가 의학적으로 필요하다면 급여를 확대해야 한다"면서도 "급여확대 만큼 재정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건보급여를 위한 비용효과성을 따져 비용이 높은 것은 본인부담 차등제를 도입해 효율적으로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며, "의학적 낭비진료를 줄이는 방안도 함께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현 진료비 심사제도는 지불 전에 심사를 하고 있다"며, "전문학회에서 의학적 적응증을 정하고 의료기관이 자료를 제출한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문가들이 검토해서 의학적으로 필요해서 급여기준을 넘게 썼는지 평가하는 사후심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