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명윤리심의위 특위 권고안 마련…29일 공청회
앞으로 가족 전원의 동의가 있으면 회복 불가능한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는 지난 6개월 동안의 활동을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초안)을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권고안은 오는 29일 공청회에서 논의될 특별위원회 초안으로 △대상 환자 △대상 의료 △환자의 의사 확인 △제도화 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담고 있다.
권고안은 "모든 환자는 적절하게 치료를 받으며 자신이 앓고 있는 상병의 상태와 예후 그리고 시행할 의료에 대해 분명하게 알고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의료인은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와 함께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위해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의 정당한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했다.
또한 "환자가 연명의료 대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는 적극적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고안은 연명의료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원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며 △급속도로 악화하는 '임종기'(臨終期)에 있는 환자가 결정 대상이 된다고 명시했다.
환자는 무의미한 연명의료 대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할 수 있으며, 환자가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로는 전문적인 의학지식과 기술, 장비가 필요한 특수 연명의료로 제한했다. 예를 들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이 해당되나, 통증 조절· 영양 공급·물 공급·단순 산소 공급 등 일반 연명치료는 중지할 수 없다.
이와 함께 권고안은 환자가 현재 또는 곧 닥칠 상태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갖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의사와 함께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POLST)를 명시적인 환자 의사확인 방법으로 권유했다. 사전의료의향서(AD)도 담당의사 또는 병원윤리위원회가 이를 확인하면 환자의 의사로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환자의 명시적 의사는 없지만 예전에 작성한 사전의료의향서가 있거나 가족 2인 이상이 환자의 의사에 대해 일치하는 진술을 하면 의사 2인 또는 병원윤리위원회가 환자의 의사로 추정해 인정할 수 있다.
아울러 환자의 명시적 의사표시도 없고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도 없다면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 성년후견인 등의 적법한 대리인, 가족 모두가 동의했을 때 환자를 대신해 최선의 조치를 결정토록 했다.
논란이 되는 환자의 사전 의사 표현이 없을 경우, 가족 전원이 동의했을 때 환자를 대신해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가족은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부모와 조부모, 자녀와 손자녀)만 인정한다. 만약 환자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면 병원윤리위원회가 결정 내릴 수 있는 길도 열어놓았다.
특위는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국민 의견을 반영해 오는 7월 열릴 '2013년 제1차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본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다.
한편 연명치료에 대한 논쟁이 시작된 것은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부터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하던 환자를 가족의 요청에 따라 퇴원시킨 의사가 2004년 대법원에서 살인방조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2009년 신촌세브란스병원의 '김 할머니'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할머니의 평소 뜻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가족의 손을 들어주며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