波瀾萬丈이라고 할 만큼의 千辛萬苦 끝에 10일 유 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취임했다. 이번 유 장관의 내정과 이에 따른 청문회 과정을 거치면서 느끼는 소회는 솔직히 한 국가의 국무위원 선임과정에서 비롯된 냉소적인 분위기가 과연 국익에 무슨 도움이될 것이냐는 과학적인 판단보다는 인간적인 연민의 감정이다.
우선 유례 없는‘여야 공조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고집스럽게 감싸 안았던‘국민연금 개혁의 적임자’가 ‘국민연금법 제19조 위반자’가 됐다는 희극적인 상황이나, 본인은‘(사소한) 과태료 처분 행위’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쨌든 건강보험료는 꼬박꼬박 내면서도 당장 혜택을 볼 수 없는 국민연금 보험료는 내지 않음으로서 명백한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 또한 감내할 수밖에 없는 문제 등. 어쩌면 현 시점의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가장 큰 흠결일 수도 있는 문제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시민 장관체제는 이제 시작됐다. 그러기에 유 장관은 이 비통한 난국의 극복을 도출해내는 돌파구를 마련해내는데 보다 비상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유 장관은 일차적으로 정치권의 거센 반발 못지 않게 ‘현안 해결’이라는 까다로운 과제와도 맞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제도개혁, 저 출산과 고령화 대책, 사회 양극화 해결 등. 굵직굵직하고 민감한 현안들이 각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와 복지행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 등이 난마처럼 얽혀 해결이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견해대로 과연 ‘복지부의 당면 현안을 원활히 처리해 나갈 적임자’인지가 가려질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 속에 풀어나가야
그러한 유 장관이 가장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단연 국민연금 제도개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국민연금과 관련한 입법을 두 차례 발의할 정도로 이 분야에 많은 힘을 쏟아 왔다. 유 장관의 개정안에는 노인과 여성층 등을 배려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됐지만 전체적으로는 기금운용 관리체계 개편과 보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재의 정부안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김화중, 김근태 전임 장관들이 2002년부터 매년 상정된 국민연금법 개정안 통과에 전력투구했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그것은 2047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은 국민이 현재보다‘더 내고 덜 받는’ 방식 외에는 해법이 없다는데 기인한다. 어떤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든지 국민의 추가 부담이 뒤따를 수 밖에 없어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여야를 떠나 정치권 모두‘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 법안의 처리에 난색을 표명해 왔던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야당과의 대 타협을 통해 국민적인 공감대 속에 풀어나갈 것인가. 세간의 자질론에 대한 유 장관의 능력을 검증받는 결정적인 관문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의료기관평가, 건강보험급여 확대, 영리법인병원 도입, 민간보험 도입 등 굵직한 현안이 수두룩하다. 특히 증세 파문의 원천이 됐던 양극화 대책 부족재원 10조5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경제부처 및 정치권의 협조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유 장관이 이날 취임사에서 "내일 닥칠 일에 대비하려면 오늘 무엇인가를 희생하고 절제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화하고 사각지대를 줄이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일 등 산을 옮기는 것만큼 힘든 과제가 놓여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주위의 시선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合目的的인 노력 필요
청문회 과정에서 '정치인 유시민 을 버리겠다'고 선언했던 유 장관이 복지부 공무원들에게 "장관으로 있는 동안은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대한민국 보건복지 행정을 발전시켜 국민을 제대로 섬기는 일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한 것도 정치인 시절의 여러 성향을 떠올리며 복지행정을 잘 펼쳐 나갈지 걱정하고 있는 일반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바로미터가 된다.
새로운 변화는 지난날의 행적에 대한 에누리 없는 반성과 그 시정을 위한 合目的的인 노력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바람직한 공직자 像이란 어떤 것일까? 책임을 지는, 질줄 아는 덕목도 소중하지만 미리미리 책임을 느끼는 행정이 더 바람직한 것은 아닐까. 어떤 제도이건 잘못 된 것이라면 바꾸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해 당사자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보건복지행정의 특성을 무시한 채 자신의 소신만을 고집한다면 국민의 총화적 동참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할 공산이 크다. 상대적인 도덕적 우월성이나 복지의 분배정책에 치중하여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소외감을 북돋아 문제점만 더욱 부각시켜서는 안 된다는 관점이다.
諸行無常의 삶
계절이 바뀌고 세월도 흐른다. 이 속에서 우리들은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때로는 울분을 토하며, 흥분을 하다가, 이내 까맣게 잊어버리면서 산다. 모든 것은 이와 같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항상 변해 간다. 諸行無常.
신임 유 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의 취임에 부쳐 ‘매사에 빈틈이 없어 허술한 구석이 없는’것 보다 ‘온화한 미소로, 포용할 줄 아는’큰 도량을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현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황보 승남 국장/hbs5484@hanmail.net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06-02-1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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