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소변검사만으로 아이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을 조기에 가려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특정 대사물질(메타볼라이트, metabolites)을 활용하면 기존 행동 관찰 중심 진단보다 더 빠른 선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은 일반 발달 아동과 구별되는 독특한 장내 미생물 프로파일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특성을 활용해 소변 기반 검사법을 개발했고, 해당 검사는 자폐 아동 10명 중 9명을 정확하게 판별했다. 특히 자폐가 없는 아동을 잘못 진단한 사례는 없었다.
연구를 이끈 연구진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바이오디자인 헬스 스루 마이크로바이옴 센터(Biodesign Center for Health Through Microbiomes at Arizona State University)의 공학 교수 제임스 아담스(James Adams)다.
아담스 교수는 “가장 주목할 점은 장내 세균이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변형 형태와 유사한 대사물질을 만든다는 점”이라며 “세로토닌과 도파민은 기분, 인지, 기억에 중요한 신경전달물질로 사회적 의사소통 문제, 불안, 우울, 집중력 저하 등 자폐 관련 증상 일부를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자폐 진단을 받은 아동 52명과 일반 발달 아동 47명을 대상으로 소변 속 대사물질 농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자폐 아동 대부분은 대조군 최고 수치를 넘는 대사물질을 최소 1개 이상 보유했고, 일부 물질은 정상군 대비 100~1000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평균적으로 자폐 아동은 약 3개의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대사물질을 보였지만, 일반 발달 아동에서는 이런 특징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티로신(tyrosine), 트립토판(tryptophan), 페닐알라닌(phenylalanine) 대사물질 증가가 확인됐는데, 이들은 신경전달물질 생성 경로에 관여하는 아미노산이다. 일부 물질은 장내 효모 및 진균 활성과도 연관성이 있었다.
제1저자인 크리스티나 플린(Christina Flynn) 박사 연구원은 “자폐 아동의 80~90%에서 장내 미생물 유래 대사물질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2~11세 아동을 대상으로 17개 특정 대사물질을 측정하는 소변검사를 개발했다.
플린 연구원은 “이 검사는 어린아이들의 자폐 위험도를 조기에 평가하고, 이미 진단받은 아이들의 맞춤형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폐 진단은 행동 관찰 기반 평가가 중심이어서 확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이 이뤄질수록 언어·사회성 훈련과 같은 조기 개입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플린 연구원은 “부모들은 종종 양육 문제로 오해받을까 봐 진단을 망설인다.”며 “하지만 소변검사로 확인 가능한 생물학적 특성이 확인된다면 낙인과 죄책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검사법이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단순 진단을 넘어 치료 가능성도 제시했다.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을 조절하는 치료법, 예를 들어 분변 미생물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 등이 향후 보조 치료 전략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담스 교수는 “대사물질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이들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더 이른 시기의 선별검사와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생활 건강 팁
전문가들은 아이가 눈 맞춤 감소, 언어 발달 지연, 반복 행동 증가, 또래 상호작용 어려움 등을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소아청소년과 또는 발달 전문 의료진 상담을 권고한다. 다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행동·발달 평가를 포함한 종합 진단이 필요하며, 현재로선 소변검사만으로 확진할 수는 없다. <이미지=chatgpt>
<이상현기자 guru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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