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 피임약에 포함된 에스트로겐(estrogen)이 여성의 노년기 뇌 건강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가임기에는 피임약을 사용하고, 폐경 이후에는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에서 기억력과 인지 기능에 중요한 뇌 부위가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게재됐다.
▲피임약 복용, 노년기 뇌 부피 더 커
연구진은 운동과 뇌 건강을 추적하는 연구에 참여한 여성 459명의 뇌 MRI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과거 경구 피임약 복용 여부와 폐경기 호르몬 치료 경험에 대해서도 조사받았다.
분석 결과, 가임기에 호르몬 기반 경구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은 복용하지 않은 여성보다 노년기에 뇌 부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억력, 인지 기능, 정보 처리와 관련된 뇌 영역에서 이러한 경향이 확인됐다.
또한 가임기에는 피임약을 사용하고 폐경 이후에는 호르몬 치료까지 받은 여성은 뇌 부피가 더욱 큰 것으로 분석됐다.
공동 연구 책임자인 앰버 와츠(Amber Watts) 미국 캔자스대학교(University of Kansas) 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의 특징은 젊은 시절의 호르몬 기반 약물 사용과 중년 이후 폐경기 호르몬 치료를 함께 살펴봤다는 점"이라며 "두 시기의 호르몬 치료 모두 노년기 뇌 건강과 긍정적인 관련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에스트로겐은 뇌 보호 역할“
연구진은 에스트로겐이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와츠 교수는 "에스트로겐은 백질(white matter)의 건강을 유지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며 신경 연결을 강화하며, 혈관 기능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많은 사람이 에스트로겐을 단순히 생식과 관련된 호르몬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뇌뿐 아니라 심장, 뼈 건강, 면역체계 유지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 취약 부위도 건강
연구에서는 폐경 시기가 늦은 여성일수록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에 취약한 여러 뇌 부위의 피질 두께가 더 두꺼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폐경이 늦어질수록 난소에서 분비되는 자연적인 여성호르몬에 더 오랫동안 노출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폐경기 호르몬 치료, 다시 주목받아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폐경기 호르몬 치료에 대한 인식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와츠 교수는 "2002년 발표된 여성건강계획(Women's Health Initiative, WHI) 연구 이후 호르몬 치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처방과 사용이 크게 감소했다"며 "하지만 이후 여러 후속 연구를 통해 당시 연구 결과에는 한계가 있었고, 모든 여성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예방 추가 연구 필요“
연구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약 3분의 2는 여성이다. 이번 연구는 경구 피임약과 폐경기 호르몬 치료가 여성의 뇌 노화를 늦추고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와츠 교수는 "대부분의 여성은 피임약을 복용할 때 생리 조절이나 피임 효과를 먼저 떠올리지, 수십 년 뒤 자신의 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강 Tip
경구 피임약과 폐경기 호르몬 치료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연령, 심혈관질환·유방암 위험도 등 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호르몬 치료와 뇌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 연구로, 피임약이나 호르몬 치료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뇌 건강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혈압·혈당 관리, 금연, 균형 잡힌 식습관 등 생활습관 관리도 함께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미지=chatgpt>
[김민서 기자] als11tj@daum.net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26-07-10,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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