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하지 않은 생우유(원유)와 이를 이용해 만든 유제품이 어린이와 임신부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어린이는 생우유 관련 식중독에 취약하며, 심한 경우 신부전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AAP)는 최근 비살균 우유(raw milk)와 이를 원료로 만든 치즈, 요구르트 등 유제품의 감염 위험성을 강조한 정책 성명을 개정했다. 해당 성명은 의학 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 11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우유 살균법인 저온살균법(pasteurization)은 우유를 일정 온도에서 정해진 시간 이상 가열해 유해한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살균 기술이 도입되기 전에는 우유가 식중독과 영아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일부 소비자들은 생우유가 살균 우유보다 영양가가 높거나 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을 낮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소아과학회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살균 우유 역시 생우유와 동일한 수준의 단백질, 지방, 비타민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20년 동안 생우유 섭취와 관련된 집단 감염 사례는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소아과학회에 따르면 생우유 관련 감염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어린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우유에는 살모넬라균(Salmonella), 리스테리아균(Listeria), 캄필로박터균(Campylobacter) 등 다양한 병원성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병원성 대장균(E. coli)은 용혈성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HUS)을 유발할 수 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어린이에게 상대적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신장 기능을 급격히 악화시켜 신부전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염 위험이 특히 높은 대상은 영아와 어린이, 임신부,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들이다.
임신 중 생우유나 비살균 유제품을 섭취해 리스테리아증(listeriosis) 또는 톡소플라스마증(toxoplasmosis)에 감염되면 병원체가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FDA)은 리스테리아균 감염이 유산을 유발하거나 신생아에게 심각한 질환과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임신부에게 뚜렷한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태아는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번 개정 성명에는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위험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2024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A형(H5N1) 바이러스가 젖소 사이에서 확산했을 당시 생우유 검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감염된 젖소와 업무상 접촉한 일부 농장 근로자에게서도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현재까지 감염된 우유를 마신 뒤 질병이 발생한 사례는 동물에서만 확인됐다. 그러나 미국소아과학회는 생우유를 통해 젖소의 H5N1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법에 따라 비살균 우유를 주 경계를 넘어 운송·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다만 일부 주에서는 주 내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단일 주에서 발생한 생우유 관련 집단 감염의 대부분이 비살균 유제품 판매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 성명의 공동 저자인 앤 사르디(Anne Sardi) 박사와 미국소아과학회 감염병위원회(Committee on Infectious Diseases) 소속 애덤 래트너(Adam Ratner) 박사는 미국소아과학회 소식지 'AAP 뉴스(AAP News)'를 통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실천해야 할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이들은 의료진이 정기적인 식생활 상담 과정에서 생우유와 비살균 유제품 섭취 여부를 확인하고, 가족들에게 살균 처리된 제품을 선택하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권고는 소젖뿐 아니라 염소젖과 양젖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울러 미국소아과학회는 생우유와 비살균 유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주법 제정도 촉구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소비자가 유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 표시사항에서 '살균 처리(pasteurized)' 문구를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표시가 없다면 비살균 우유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 직거래 장터나 도로변 판매점 등에서 우유,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을 구매할 때는 판매자가 살균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 주지 않는 한 구매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생우유나 비살균 유제품을 섭취한 뒤 이상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신부 역시 비살균 유제품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신속하게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쳐=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 News, Oct. 5, 2026;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May 30, 2024> <이미지=chatgpt>
[김민서 기자] als11tj@daum.net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26-10-23,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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