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성은 최대한 지켜져야 한다.”
연세대의료원이 최근 법원이 내린 존엄사 판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바로 판단을 맡기기로 결정해 향후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그동안 논란이 되었된 존엄사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의료원(의료원장 박창일)은 17일 오전 11시 병원종합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이뤄진 법원의 첫 존엄사 판결에 대해 2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에서 판결받는 비약상고를 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약상고’ 제1심의 판결에 대해 제2심(항소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상고심)에 상고하는 제도이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생명에 관한 문제는 최대한 신중해야 하고, 자칫 초래될 수 있는 생명 경시 풍조를 방지해 입법 전까지는 연명치료 중단의 기준에 관해 대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법적 제한 등을 고려해 상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의료원장은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현실적 고려와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의 존엄성은 최대한 지켜져야 한다는 대명제에 따라 항소 없이 바로 대법원의 비약상고를 결정했다"면서 "정해진 비약상고 절차에 따라 즉시 원고 측과 상의 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약상고를 하려면 1심 판결의 원고 측에서 세브란스병원의 방침에 동의해줘야 한다.
병원측은 비약상고를 결정한 이유로 ▲환자의 기대여명이 3~4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0조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적용에 있어 과오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라매병원 사건에서 인공호흡기 제거가 살인죄로 성립되지 않으려면 사망시기가 임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인간의 존엄성만을 근거로 인공호흡기 제거를 허용하고 있어 기존 판례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고 사실상 이번 상소가 3심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병원측의 주장이다.
연세의료원의 비약상고 결정은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현실적 고려와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의 존엄성은 최대한 지켜져야 한다는 대명제에 따른 것이다.
또한 기독교 재단인 연세의료원에서 존엄사를 시행할 경우 윤리적 문제와 함께 존엄사에 대해 ‘천부 생명권에 대한 인위적 조작’이라 입장을 표명한 기독교단과의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연세의료원의 비약상고에 대한 결정은 지난 16일 병원윤리위원회(위원장 손명세)의 논의를 거쳐 17일 오전10시 결정됐다. 이날 회의에는 그 결과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종교계, 언론계, 법조계 등 외부 인사가 함께 참여했다.
회의 자리에서는 병원이 생명윤리를 중시하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존엄사에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과 국민여론과 의료계가 존엄사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윤리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존엄사가 갖는 사회적 파장이 너무 커 서부지법의 판결을 그대로 따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대법원 판례까지 받아보자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서울서부지법이 지난달 28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김모(76.여)씨의 자녀들이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김씨의 존엄사를 인정, 병원측이 김씨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도록 판결한 바 있다.
당시 김씨는 폐암이 의심돼 기관지경 시술을 받던 중 출혈이 심해지면서 심장이 멈춰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8개월째 식물인간 상태에 있다.
현재도 김씨는 뇌간 기능만 일부 유지되고 있고, 자발적 호흡은 극히 미약해 인공호흡기 없이는 연명이 불가능한 상태다.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08-12-17,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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